막둥이와 걷는 회동저수지 갈맷길
체험과 함께 기쁨이 두배! 부산문화관광에서 추천하는 체험프로그램
회동저수지의 윤슬이 아름답다.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주니 가슴이 열린다.
모처럼의 휴일, 아이와 자전거를 타고 구서동 집에서 왔다. 한 30분 걸린 것 같다.
회동저수지 둘레길은 부산 갈맷길의 8코스다. 정확하게 말하면 상현마을~동천교까지 10.2㎞구간이
8-1구간이고, 동천교에서 수영강 하구 민락교까지 7㎞가 8-2구간이다.
구간을 나눈 것은 사람의 인위적인 판단이지만, 회동수원지를 즐겁게 볼 수 있는 8-1구간을
그렇게 부르기엔 좀 미안하다. 숫자로 매길 수 없는 아름다움이 그곳에 있기에 그렇다.
회동저수지는 오륜대저수지라고도 한다. 둘레길은 2009년 조성되었다. 당시 녹색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희망근로프로젝트의 하나였다. 이후 더 다듬어지고
시설이 추가되어 이렇게 멋진 코스가 되었다. 상현마을에서 동천교까지 어른 걸음걸이로 3시간이면 갈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그렇게 가는 편이 더 낫다.
하지만, 상현마을로 원점회귀를 하려면 조금 먼 거리일 수도 있다. 왕복 6시간이 되니까. 아이와는 명장정수장까지 갈 생각이었다.
상현마을은 대부분 식당을 하는 집이 라서 주차하기가 쉽지 않다.
공터도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자전거를 주차하기는 좋다. 갈맷길이 시작되는 곳에 자전거 거치대도 있고, 잘 지은 화장실도 있다. 자전거 족이라면 만족한다.
다만, 갈맷길을 자전거로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산길이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니 피해를 줄 수 있다.
회동수원지로 함께 떠나보자
- 회동저수지는 어떤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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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향토문화대전의 자료를 열람했다. 결론적으로 저수지에 댐이 생긴 것은 1946년이다. 처음엔 금정구 오륜동과 회동동 사이의 수영강 좁은 계곡에 오륜대저수지가 있었다.
1930년대 가뭄으로 부산에 물부족 현상이 생기자 1938년부터 보조수원지에 양수 기관을 설치하고 취수를 한 것이 그 처음이다.
1940년 상수도 확장 사업의 일환으로 130m 높이의 댐을 만들기 시작했다. 명장정수장이 준공되던 1946년 모든 것이 완성되었다.
이곳은 1964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일반인은 출입할 수가 없었다. 2009년 45년 만에 일반인들에게 산책로와 함께 개방되면서 명품 둘레길이 되었다.

- 상현마을의 아픈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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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이 회동저수지 둘레길을 걷기 위해 찾는 아름다운 마을이지만, 슬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때는 1950년 7~8월.
6·25전쟁이 발발하자 후방인 부산에서도 전쟁의 영향이 바로 있었다. 이른바 부산광역시 금정구 오륜동 회동 수원지 입구에서 있은 국민보도연맹원이 학살 사건이다.
국민보도연맹은 1949년 과거 좌익 경력자들의 교화와 관리를 담당한 단체이다. 그러나 전쟁이 나자 한국 정부는 이들을 예비 검속한다. 주로 동래지역의 국민보도연맹원들이
예비검속을 당했는데 회동수원지 입구로 끌려가 학살 당했다. 이같은 사실은 4·19혁명 이후 유족들이 나서서 당시 경찰관의 증언을 토대로 확인한 사실이다.
당시 회동 수원지 입구와 해운대구 반송동 운봉 마을, 해운대구 우동 산기슭 등지에서 모두 713구의 유골을 찾아냈다고 한다.
7월이면 백련과 홍련이 만발하여 장관을 이루는 금정구 두구동 연꽃 늪지대가 지척이고, 도시 속 자연 학습 체험관인 윤산 생태 숲이 손에 잡히는 아름다운 둘레길에 얽힌 슬픈 현대사다.
- 해따사로운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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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가 개방되면서 미답의 길이 열린 때문이지 2009년 갈맷길 축제 길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은 길이란다.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오륜대와
부엉산의 조망이 좋은 것도 한몫했다. 지금은 물속에 잠긴 수영강은 옛이름이 사천인데, 실처럼 구불구불한 사행천이라서 그랬다.
이곳에도 마을이 있었지만 일제시대 댐을 만들면서 수몰이 되었다. 물속에 잠긴 마을은 이제 추억에서만 만날 수 있다.
둑길을 따라 걷는다. 길옆의 나무는 벚나무다. 4월이면 벚꽃이 만개하여 운치가 있겠다. 가을이니 낙엽이 되어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건너편 아홉산을 넘어온 가을 햇살이 따사롭다.
모든 것이 평화롭고 아늑하다. 슬픈 역사도 잠시 잊고, 걷는 데만 열중한다.
둑길이 끝나니 숲길이 시작된다. 웬만한 굽이나, 수면 가까이 내려서는 길은 덱이나 다리를 놓아 걷기가 아주 편하다.
- 가을이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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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동저수지 둘레길의 햇살을 포근했지만, 숲에는 이미 가을이 왔다. 어디서 툭 하고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바닥을 살펴보니 성급하게 떨어진 낙엽
사이로 반질반질한 도토리들이 제법 있다.
올해 봄 싹이 났을 어린 나무가 있는데 잎이 고작 4개다. 그 중 2개는 단풍이 들었고, 나머지는 아직 파랗다. 가을이 반만 온 것인가.
조금 더 걷다보니 발밑에 밤송이가 보인다. 그런데 작다. 큰 밤톨 한 알 만한 크기인데 그래도 밤이 들어있다. 앞서간 사람이 없었던 모양이다. 밤은 주었다. 도토리 보다 조금 더 큰 밤을
주워도 쓸 일이 없지만, 그래도 숲에서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숲길에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려 앞을 보니 한 가족이 걷고 있다. 잘 익은 감나무를 발견하고, 홍시를 따기 위해 노력 중이다. 돌아올 때보니 성공하지는 못한 모양이다.
- 숲은 건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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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잘 견뎌낸 소나무가 있다. 주변의 나무와 달리 아름드리다. 아이에게 안아보라고 했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까칠한 소나무 껍질 밖에 뭐가 더 있을까마는 아이가 나무를 안은 느낌을 후일 되새겨보면 좋겠다. 아름드리 소나무는 그 자체로 신비롭다.
금정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있다. 옆에서보니 뭔가를 닮았다. 개구리다. 두꺼비라 불러도 좋고, 맹꽁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산길을 걷다가 이른 바위를 만나는 것은 잔잔한 재미다.
발밑만 보며 속보로 걸으면 건강에야 좋겠지만, 이렇게 유람도 하고 주변 풍경도 보면 정신 건강에 더 좋을 것이다.
후다닥 뭔가 달아나고 있어 보니 청설모다. 숲의 주인이다. 그래 네 겨울 먹이인 도토리는 손대지 않을게.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작은 밤도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 사람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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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 신현마을로 가는 이정표가 있다. 누군가의 사유지인지 축대를 쌓아놓았다. 곧 전원주택이 들어설 것인가? 상수원보호구역이니 집짓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땅을 가진 사람들은 상수원보호구역이 해제되면 좋을 것이다. 그러면 그림 같은 집을 지을 수 있을 테니까. 주변에 내 땅이 없어서 하는 소리 같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길과 풍경은 모두가 즐기게끔 그냥 두었으면 좋겠다.
갑자기 포장도로가 나왔다. 마을이다.
오륜대 새내마을이다. 오래전부터 터를 잡고 산 사람들이겠다. 풍광이 좋으니 식당을 하고 있다. 식당 입구에 멋진 서양 아저씨가 서 있다. 돈키호테가 분명하다.
이 집의 화장실은 화투장이 그려져 있다. '똥'광이다. 저기가 어딘지 말을 안 해 줘도 알겠다.
- 시장기를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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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륜대 새내마을에서 명장정수장으로 가는 길은 하필 공사 중이었다. 겨우 요만큼 왔는데, 길이 막혀버렸다. 이 길로 고개를 넘어가면 금정구청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윤산을 넘어가면 목적한 곳까지 갈 수 있으나 그렇게까지 가기는 싫었다. 갑자기 배가 고팠다. 주변에 식당이 무수히 많았기 때문이다.
오리백숙, 옻닭, 국수, 메기매운탕, 막걸리… 아이에게 뭘 먹고 싶으냐고 물었다. 하지만 둘이서 닭백숙을 시켜먹기는 무리였다. 부자지간에도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니 고르는데 애를 먹었다.
결국 무난하게 국수를 먹기로 했다.
- ◆ 막걸리를 따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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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가 나오기 전에 막걸리를 덜렁 시켰다. 아이의 눈이 곱지 않다. 하지만 오랜만에 아비와 야외를 나온 기념인지 그냥 넘어간다.
어쩐 일인지 주인아주머니가 잔을 두 갤 가져왔다. 아이의 잔에 술을 따랐더니 깜짝 놀란다. "놀라지 마라 내가 먹을 것이다. 혼자 외로워 두 잔을 따랐다." 아이에게 물었다.
나중에 크면 술 먹을 거냐고. 아이는 말했다. "저는 술 안 먹어요." 그 말을 내가 기억하지만, 나중에 '클레임'을 걸진 않으마.
센스 있는 주인장은 장아찌와 김치를 먼저 내왔다. 내 잔을 한 잔 먹고 아이 앞에 따른 잔에 입맛을 다실 즈음 잘 구운 해물파전이 나왔다.
파전은 둘 다 허겁지겁 먹었다. 1만 원이 아깝지 않을 만치 맛이 좋았다.
어른신 세 분이 옆 자리에 좌정을 했다. 해운대에 산다는 친구 사이라며 한 달에 한 번은 꼭 이렇게 야외에서 만나 점심을 한다고 했다. 도시락까지 사 왔다.
그 분들의 우정은 앞으로도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 처음 자리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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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도 바닥을 보았다. 아이도 남기지 않고 먹었다.
막걸리 한 병에 세상이 달라보인다. 콧노래도 나온다. 눈도 밝아졌던가 보다. 저만치 앞에 움직이는 녹색 물체가 있다. 사마귀다.
'당랑거철(螳螂拒轍)'이다.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는다는 고사성어로 제 힘에 맞지 않게 무리한 행동을 보인다는 뜻이다. 세상에 수저 논란이 한창인데,
곧 깔려죽더라도 수레바퀴를 피해야 할 지, 갈퀴 팔을 들고 휘저어나 봐야 할 지 모르겠다. 아이에게 뜻을 아느냐고 물으니 안다고 한다. 그래서 기분이 좋아졌다.
돌아가는 길은 조금 먼 듯 했으니 일사천리였다. 곳곳에 CCTV가 있어 우리를 지켜주었다. 감시당했다고 여길 수도 있으나 범죄로부터 지켜준다는 생각이 훨씬 기분좋다.
처음 자리로 돌아가니 자전거가 가지런히 잘 주차돼 있었다.
에어건으로 별로 묻지도 않은 먼지를 샅샅이 털고 귀가했다. 자전거가 없다면 돌아올 이유가 없었다.

회동저수지 갈맷길 가는 길
- 부산역에서 구서역까지 도시철도 1호선으로 이동한다.
- 구서역 2번 출구 금정경찰서 건너편에서 마을버스 금정구 3돥1번을 탄다. 상현마을 버스정류소에 내리면 회동저수지 둘레길이 시작된다.
- 오륜대 새내마을에서는 걸어서 금정구청까지는 2㎞ 남짓이라 한 시간이면 걸어갈 수 있다. 걷기가 여의치 않으면 마을 입구에서 5번 마을버스를 기다렸다 타면 된다.
회동저수지 갈맷길 안내
◆ 8-1 구간(10.2km/3시간)
상현마을 - (2.4km / 40분) - 오륜대 - (5.1km / 90분) - 명장정수사업소- (0.9km / 20분) - 동대교 - (1.8km / 30분) - 동천교(석대다리)
◆ 8-2 구간(7.0km/2시간)
동천교(석대다리) - (2.5km / 40분) - 원동교 - (1.3km / 30분) - 과정교 - (1.1km / 20분) - 좌수영교 - (0.7km / 10분) - APEC 나루공원- (1.4km / 20분) - 민락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