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이 열린 날 열린 다리를 만나다
부산문화관광에서 함께하는 이야기가 있는 관광지!
‘동백꽃을 단 스토리텔러 이야기 할매·할배가
부산원도심 스토리 투어를 안내해 드립니다.’
원도심 스토리 투어는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가 부산 원도심(중구, 서구, 동구, 영도구)지역에
산재한 근대 역사문화 자원과 부산의 먹거리, 볼거리, 쇼핑을 연계해 만든 관광코스다.
이 지역에서 청춘을 보낸 원도심 스토리텔러(이야기 할매·할배)가 그대를 누구보다도
사랑합니다는 꽃말을 가진 동백꽃을 달고 원도심을 방문한 관광객에게 이야기 꽃을 피울 것이란다.
훅 땡기지 않은가? 나만 그런가. 그래서 덜컥 예약을 했다.
그럼 할매·할배의 이야기를 한번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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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부산관광공사 원도심 스토리투어 홈페이지(http://bto.or.kr)를 방문했다.
친절하게 각 코스를 설명해 놓았다. 영도 깡깡이길이나 국제시장, 용두산 , 이바구길, 흰여울마을 등 마음에 드는 어느 곳이나 선택할 수 있다.
<예약하기>로 들어가니 달력이 나온다. 마음에 드는 날짜를 누르면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는 순서가 있다. 예약을 마쳤다.
그런데 막상 투어일이 다가오는데 연락이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정기투어는 5명 이하면 '자동 폭파'된다더니 그런가 하고 걱정을 했다. 투어 이틀 전 부산관광공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모른는 전화번호를 받지 않았더니 투어 안내차 몇 번 전화를 했더란다. 미안했다. 토요일 오후 늦어도 1시까지는 남포동에 있는 부산종합관광안내소로 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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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개천절이었다. 그리고 토요일이었다. 하늘이 열린 개천절 오후1시 부산 중구 남포동 부산종합관광안내소 앞,
부산원도심 스토리 투어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깃발을 들고 계신 이미재 스토리텔러가 먼저 와 있었다. 아내가 나중에 말했다.
"이미재 할매는 할매 같지 않더라고요. 맑은 피부와 동그랗고 선한 눈망울. 그래서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아직은 할매로 불리기엔
너무 젊으신 분"이라고 표현했다. "안녕하세요?"인사하며 다가서니 등록한 참가자이름을 물으시고 다른 참가자분들이 오실 때까지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주변 벤치에 앉아 잠시 기다리는 동안에도 관광안내소에 드나드는 외국인들이 많이 보였다.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유용한 정보들을 제공하는 듯 했다.
조금 뒤 조용한 20대 남자1명, 성주에서 오신 40대 엄마와 여고 1학년 딸, 초등 5학년 아들을 데리고 온 서울말을 쓰는 부부가 합세 일행은 모두 7명이나 되었다. 서로 간섭받지 않고 투어를 할 수 있기도 하고, 또 한두 마디를 나누며 대충 서로를 짐작하기 딱 좋은 인원이었다. 그렇게 2시간을 깡깡이길을 걸었다.
일행 중에서 부산에 사는 사람은 우리 뿐이었다. 모두 영도대교 쪽으로 이동했다. 허광순 스토리텔러도 이곳에서 만났다. 부산국제영화제 때문에 차가 막혀 조금 늦었다고 했다.
- 부산 영도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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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다리는 부산에 살지 않았어도 대부분 알고 있는 지명이다.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말을 좀 안 듣거나, 혹은 장난삼아
"니는 영도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하셨다. 그래서 영도다리는 부산 경남 근방 사람들의 '탄생지'인 경우가 많다.
이 영도다리 밑에 6.25전쟁 이후 점집이 많았다고 한다. "부산에 도개되는 다리가 있다고 하니 그곳에서 보자"며 헤어진 가족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던 장소였다고. 무작정 기다리며 가족의 생사를 점치며 희망을 걸어보았을 피난민들~ 점쟁이들은 그들에게 부정적인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몇 년 전까지 몇몇 점집이 있었으나, 지금은 마지막 집까지 철거될 상황이란다. 모든 사라지는 것은 아쉽다. 멸종은 가혹하다. 비록 점쟁이가 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기억하는 역사적 기념물로 점집 하나는 남았으면 좋겠다. 혹 재개발을 하더라도 옛 분위기를 살려 재건축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 다리가 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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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대교는 다리가 번쩍 들리는 다리다. 그래서 사춘기 사내들은 영도다리가 남성의 그것 같다며 킬킬대기도 했다. 도개는 오후 2시
하루 한 번 이루어진다. 얼마 전까지는 정오에 도개를 했으나 점심시간에 영도 맛집을 찾아가기가 힘들어 민원이 많아 시간을 늦추었다는
후문이 있다. 아무래도 점심시간에는 교통량이 많으니 그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것일 것이다. 영도다리에서 부산대교, 그리고 다시
영도대교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이 다리는 롯데가 옛 시청 자리에 들어서면서 다시 만들었다.
영도대교 도개식이 진행되는 동안 계단을 통해 다리위로 이동하였다.
영도대교는 일제강점기 당시 부산의 물자를 본국으로 이동하기 위해 1934년 준공되었다. 당시에 큰 배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하루 6차례 다리를 들어 올렸다고 한다. 이후 1966년 인구증가로 인해 도개 중단됐으나 다리를 새로 만든 뒤 2013년 7월에 부산을 찾은 관광객들을 위해 다시 도개를 시작했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계단을 구성하고 있는 돌들의 색깔이 서로 다른 것도 영도대교를 재건할 때 예전 돌을 함께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 ◆ 변화는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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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다리가 번쩍 들렸다. 하늘을 향해. 다리 입구는 이미 몰려든 인파로 북적인다. 이 대열 속에 "독도는 우리땅입니다"고 외치는 학생들이 있다.
신덕중학교 독도사랑 동아리 '스타' 회원들이다. '독도, 역사 지리적으로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라는 플래카드를 들었다. 도개식의 짧은 순간을
노린 홍보치고는 효과가 좋다. 사람들이 힘차게 박수를 치며 격려해준다. 다리가 올라가니 바닥에 그림이 선명하다. 부산의 상징 갈매기다. 갈매기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느낌이어서 좋다.
이제 다리는 내려가고 영도대교를 걸어서 걷는다. 약간 더운 듯 했는데 시원한 바닷바람이 몸을 식혀준다. 모두들 와! 하고 탄성을 지른다.
다리를 건너니 영도다. 현인의 동상과 '굳세어라 금순아'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그 옆에는 영도에 대한 알림판이 서 있다. 절영마와 옛 도선, 옛날 영도다리 도개 장면, 점집 사진들까지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무심코 이 다리를 건넌 사람이 읽기만 해도 알 수 있도록 자세히 써 놓았다.
- 깡깡대는 깡깡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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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깡이'란 오래된 선박의 녹슨 부분을 제거하기위해 망치로 깡깡 소리가 나도록 두드려 벗겨내는 작업을 말한다.
깡깡이 일을 하며 자식을 키우신 나이드신 할머니들이 아직도 있다고 한다. 제주도의 물질하는 해녀 만큼이나 이곳에선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지금은 외국노동자들도 이런 일을 많이 한다고 한다. 우리가 간 날은 공휴일이라 깡깡이 작업은 볼 수 없었다.하지만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수리조선소 주변 가게에는 잠시 휴식을 취하는 노동자들을 볼 수 있었다.
해안길을 따라 걷는다. 선박 관련 부품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항구 옆에는 거대한 톱니바퀴가 널부러져 있다. 쇠사슬 뭉치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무슨 설치 미술 작품으로 보인다. 이야기 할매가 제목을 붙여보라고 했다. '고정관념' '떼낼 수 없는 현실의 무게' '속박'… 다양한 제목이 쏟아졌다.
깡깡이길은 남성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고 아내가 말했다. 비릿한 바다 냄새, 녹슨 쇠 냄새, 그리고 삶의 무게 등이다.
- 대풍포 매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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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풍포 매축비는 이곳이 예전 포구였음을 알려주는 비석이다. 일제는 현 조선공사와 영도대교 사이의 입구를 포함한 대평동 남항동 일대의 포구를 메워 시가지를 만들었다.
1916년부터 10년 동안 바다를 땅으로 만들었다. 그 면적이 무려 13만 2천660㎡. 지금의 남항동 일대가 그곳이다.
매축비 앞에서 바라보니 용두산 공원과 자갈치 시장, 남항대교가 다 보인다.
이야기 할매가 말했다. 야간에 용두산 타워에 불이 들어오면 이 일대에서 가장 높은 등대가 된다고. 좁은 골목사이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일본식 건물까지 아직 있는 이곳은 시간이 60년대 쯤에서 멈춘 듯하다.
대풍유치원은 예전 일본인 신사가 있던 자리라고 한다.
좁은 골목길 사이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비가 새는지 지붕을 이중 삼중으로 덮은 곳도 있다. 가재도구가 아예 골목에 나와 있는 집들도 있다. 그렇게 사람들이 산다.
남항로로 다시 나오니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로 돌아온 느낌이다. 남항로길은 예전에 전차가 이곳까지 다녔다고 해서 전차종점 기념비가 있다.
- 한국근대 조선발상유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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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평초등학교 교정에 한 비석이 세워져 있다. '한국근대조선발상유적지'다. 지금은 초등학교이지만 예전에 이곳에 조선소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조선소는 바다에 접하기 때문에 이곳이 해안이었다는 말이다.
안내판에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적혀 있다. 신라의 해상왕 장보고, 고려의 최무선, 조선의 이순신을 잇는 조선(造船) 전통이 영도에서 비로소 꽃이 피었다는 내용이다. 비록 일제 침략기에 타율적 개항으로 근대화가 이뤄지긴 했으나, 조선 한국을 이루는 한 이정표가 영도에 세워진 건 사실이다. 영도에 근대식 조선소가 들어선 것은 1887년인 고종 24년인데 그 자리가 이곳 남항동 2가라고 했다.
비록 목선 조선소이기는 하나 조선 한국을 이루는 한 이정표라고 했다.
세계 어느나라의 배들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훌륭한 배를 만든 선조들의 솜씨에 고개숙인다.
- 용신당과 국제 선용품 유통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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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강국의 토대가 이곳 영도에서 시작되었다는 증거가 또 하나 있다. 남항동에 있는 국제 선용품 유통센터다. 전국어디에서도 못 구하는
선박 부품이라도 이곳 영도에 오면 구할 수 있다고 한다. 선용품 유통센터 옆 골목에는 용신당이 있다. 용신당은 영도다리 토목공사 때
죽은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 지었다는 설이 있다.
영도다리가 개통된 이후 밤마다 귀신 울음소리가 영도 쪽 다릿못에서 들려오고,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한다. 그 원혼들을 달래기 위해 위령제를 올려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영도 주민들은 갯가에 용신당을 세우고 고사를 지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설로는 남항동에 많이 산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신인 '일본 할매신'을 모신 곳이라고도 한다. 어쨌든 용신당은 혹독한 자연재해로 인해 미래를 알 수 없는 해안가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의지한 곳이라고 하면 되겠다. 영도는 지금 4개의 다리로 육지와 사통팔달돼 있어 섬이라 부를 수 없지만, 섬의 원형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신비한 명소이다. 이야기 할매 '스토리텔러'와 함께 걸으니 아는 만큼 보인다는 여행의 재미가 제대로 느껴졌다. 부산 원도심 투어는 이야기 할매·할배와 앞으로도 쭉 이어가야겠다.
부산 원도심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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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원도심 스토리 투어 코스 소개
정기투어는 매주 토, 일요일 오후 1시 30분~3시 30분까지 2시간 정도 걸린다. 단, 신청 인원이 5명 미만일 경우 당일 투어는 취소된다.
수시투어는 주중 수시로 운영하는데 투어 희망 2주 전까지 신청 필수다. 단체 최소 10명 이상 신청시에만 운영한다.
참가비는 무려이나 투어를 하며 별도의 식사 시간이 없기 때문에 간식이나 음료는 준비하는 것이 좋다.
참가는 전화 혹은 온라인으로 사전 신청 후 한다.
부산관광공사 전화 안내 평일 051-780-2111 휴일 051-780-2116 -
코스
영도다리 건너 깡깡이길을 걷다
(부산종합관광안내소-영도다리-수리조선소길(깡깡이길)-조선소 발상지-영도도선장-용신당)
용두산에 올라 부산포를 바라보다
(봉아주차장-관수가와 초량왜관터-광복로-용두산-부산근대역사관-대각사)
이바구길을 걷다
(옛 백제병원-남선창고 터-초량교회-김민부 전망대-168계단-당산-이바구공작소)
국제시장 기웃거리다
(부산종합관광안내소-BIFF광장-용두산국제시장-보수동 책방골목-부평깡통시장)
흰여울마을 만나다
(영도경찰서-절영해안 산책로 입구-해녀촌 탈의실-흰여울문화마을 흰여울길-변호인 촬영지-이송도 전망대-흰여울 문화마을 예술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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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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