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동책방골목
부산문화관광에서 함께하는 이야기가 있는 관광지!
부산의 명물, 보수동책방골목
국제시장 입구 대청로 사거리 건너편에서 보수동 쪽으로 나 있는
좁은 골목길에 책방들이 모여 있다. 부산 사람들이 보수동책방골목이라 부르는 곳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책방 골목이자 현재까지 남아 있는 헌책방 골목 중 하나이자 ‘부산의 명물’로
꼽히는 거리다.
골목길 책방, 보수동 책방골목
- 보수동 책방골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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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동 책방골목은 6·25전쟁으로 부산이 임시수도가 되었을 때 생겨났다. 이북에서 피난 온 손정린 씨 부부가 보수동 사거리 입구 목조건물 처마
밑에 박스를 깔고 헌책 장사를 한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당시 손 씨 부부는 고물상에서 가져온 헌책과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잡지와 일본 만화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손 씨 부부가 굳이 보수동을 노점 장소로 택한 것은 전국에서 피란 온 교사들이 인근 구덕산과 보수동 뒷산에 천막을 치고 임시
학교를 열었기 때문이다. 보수동 골목길에 헌책방이 모여들 수밖에 없었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 부산으로 피란 온 초·중·고 및 대학교들은
전쟁 중 임시 학교를 열었지만, 학생들을 가르칠 교재가 없었다. 그 바람에 보수동 헌책방은 배움의 갈증을 해소하는 유일한 통로로 자리를 잡았다.
배우려는 학생은 많은데 가르칠 교재가 없었던 불균형을 해소하는 출구가 헌책방 골목이었다.
당시 보수동 책방 골목에는 일본 사람들이 두고 간 헌책과 피란 온 지식인들이 가지고 있던 헌책이 주거래 품목이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학자들이 소장하던 희귀 서적을 거래하는 장소로도 주목을 받았다. 책이 귀하던 시절이라 가정 형편이 어려워 책을 내다 팔면서 다음에 돈을 벌어 반드시 이 책을 되찾으러 오겠다고 다짐하는 학생도 많았다고 한다. 그런 분위기를 타고 인근 집과 임시 건물에 하나둘 책방이 들어서면서 전국 최대 규모의 책방골목이 형성됐다. 신학기가 되면 헌책을 사고파는 학생들로 보수동책방골목은 북새통을 이루었다.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도 보수동 책방을 찾는 일이 많았다. 참고서가 부족하던 시절 보수동 책방 골목은 지식인들의 정보 교환 장소가 되기도 했다. 가끔 희귀본이나 골동품 급 고서가 발견돼 지식인 수집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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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문열도 그의 대표작 ‘젊은 날의 초상’에서 “젊은 시절 보수동 책방 골목에서 좌파계열 이념 서적을 탐독한 경험이 있다”고 실토하는 대목이 나온다.
1980년대에는 보수동책방골목은 일부 진보학자들이 외국에서 출판된 급진성향의 이념 서적을 원서로 구입하는 통로가 되기도 했다.
그런 역사적 배경을 거론하면서 요즘 보수동 책방 골목이 너무 보수화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면 “행정 구역이 보수동”이라고 대답이 돌아온다.
그런 사연을 지닌 보수동 책방 골목도 이제는 50여 개 책방만 남았다. 그 규모 역시 대폭 축소됐다. 취급하는 책들도 초··중··고교생 참고서와 교과서, 아동도서 전집 등이 주류다.
개별적으로 고서적과 외국도서를 취급하는 서점도 있다. 새책과 헌책을 함께 취급하지만, 헌책은 정가의 40~70% 선에서 거래가 이뤄진다. 새 책도 10~20% 정도 싸게 살 수 있다.
보수동 책방 골목에 들어서면 메케한 헌책 냄새가 진동한다. 세월 값이 더해진 독특한 냄새다. 좁은 공간에 헌책들을 아슬아슬 위태롭게 쌓아올린 풍경이 정겹다.
정리가 제대로 안 된 가게인 것 같지만, 제목만 말하면 단번에 그 책을 찾아내는 주인아저씨의 기억력이 놀랍다.
“비록 헌책이지만 한 권 한 권이 분신처럼 정이 들었지요.” 절판된 책을 찾는 손님들에게 어렵사리 그 책을 구해다 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아날로그 시대에 젖어 있는 것 같지만, 손님들이 주문한 고서를 찾아 택배로 보내는 최첨단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하다.
하지만 보수동 책방 골목이라고 해서 헌책만 취급하는 것이 아니다.
30년 전에 절판된 문고부터 최신 인테리어 서적을 취급하는 책방까지 다양한 컨셉을 지닌 서점들이 함께 있는 공간이다.
- 보수동 책방 골목에서
규모가 가장 큰 우리 글방 -
우리 글방은 어림짐작으로도 약 30만 권 이상의 헌책이 쌓여 있다.
빛바랜 사진이 걸린 모습이 운치를 더해준다. 서점 안에 카페가 있다.
커피 한 잔만 주문하면 하루 종일 푹신한 소파에 앉아 책을 원 없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보수동 헌책방 골목을 찾는 사람들은 이곳을 추억과 감성을 파는 골목이라고 말한다. 헌책에서 추억의 향기가 난다는 것이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오래된 책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고 싶으면 보수동책방골목으로 오라고 말한다.
보수동 책방 골목 바닥에 훈민정음을 비롯해 유명작가의 이름과 서명이 적혀있다. 보수동 책방골목 문화관에서는 전시실과 북카페 등이 갖춰져 있다. 책에 관련된 문화체험이 가능한 곳이다.
- 보수동책방골목, 데이트하는 젊은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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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보수동책방골목에서는 데이트하는 젊은 청춘들이 자주 눈에 띈다.
최근 이곳에 자리 잡은 카페들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매력을 느끼는 신세대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물질적인 풍요에 길들여진 젊은이의 감각에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새 책과
헌 책이 함께 거래되는 풍경이 이색적으로 다가선 결과로 해석하는 사람도 많다.
다른 한편에서는 만화를 전문으로 하는 서점이 많아 청소년과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보수동 헌책방 골목 상인들은 고객이 가져온 헌책을 구입하기도 한다. 보수동책방골목 번영회는 2005년부터 해마다 9월에 보수동책방골목축제를 열고 있다.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마케팅 작업에도 적극적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보수동 책방골목도 보수적인 분위기에서 탈피해 진취적인 책방골목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보수동책방골목은 도시철도 1호선 중앙동역과 자갈치역 토성역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 이들 역 어디에서 내려도 걸어서 10분 거리다.
정기휴일은 첫 번째와 세 번째 주 일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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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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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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