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남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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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송도해수욕장은 암남공원 반도의 동편에 있다.
하늘에서 보면 천마산∼장군산∼진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두 팔을 벌려 해수욕장을 껴안은 모양새다.
그 능선 끝자락에 암남공원이 있다.
암남공원, 그 속을 들여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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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까지 군사지역으로 묶여 일반인이 들어가지 못했던 공간이다. 내년이면 출입 통제가 풀린 지 20년이 되지만 코스 곳곳에는 여전히 초소를 포함한 군 흔적이 남아 있다.
특히 암남공원으로 이어지는 진정산 정상은 군부대의 차지이고, 그 옆 장군산에는 예비군 훈련장이 있다. 묘한 것은 이 일대가 옛날에도 군과 무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장군산이란 이름도 그런 배경을 암시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고증되지 않은 전설로 남아 있지만, 장군산은 정운 장군과 관련이 깊다.
서구청이 발간한 '송도 100년'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전선이 부산포에서 왜선 100여 척을 격퇴하고 돌아갈 때 그의 휘하에 있던 정운 장군이 흉탄에 맞아 쓰러졌다.
그런데 그는 전투에 앞서 자신의 이름에 붙은 '운(運)'자가 몰운대의 '운(雲)'과 음이 같다며 "이곳이 내가 죽을 장소"라고 최후를 선언했다는 것.
그런 그를 기려 부산포가 내려다보이는 이곳을 후세 사람들이 장군산이라고 불렀단다. 지금도 서구에서는 그의 넋을 기리는 '장군산 산신제'를 매년 달집축제 때 송도해수욕장에서
열고 있다. 참고로, 부산포 전투는 1592년 9월 1일 치러졌는데, 이날을 양력으로 환산한 것이 10월 5일이고, 부산시는 이날을 '부산시민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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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남공원은 그 자체로 여행지가 될 수 있지만, 제대로 즐기려면 인근의 장군산에서 이어가는 것이 추천된다. 이왕이면 걷는 즐거움도 함께하기 위해서다. 장군산∼암남공원 코스는
7.9㎞다. 장군산 북쪽 송도요양병원에서 올라 정상을 밟은 뒤 진정산과 암남공원을 이어 돌아 송도해수욕장으로 내려서면 된다. 장군산은 해발 152.1m, 진정산은 144.7m로 높지 않아
특별히 등산 차림을 하지 않아도 걷는 데 큰 지장이 없다. 또 주변에 큰 산이 없어 장군산 정상에 올랐을 때 발아래로 내려다보는 송도해수욕장과 묘박지 전경이 특별하다.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보도는 2시간에서 4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곳곳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쉬엄쉬엄 걷는다면 4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바다 조망을 비롯해 도중에
볼거리가 많으니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노량으로 걸었으면 좋겠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알로이시오기념병원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송도교차로와 고신대병원을 지난 뒤
알뜰주유소 앞에서 버스가 선다. 버스정류장 근처의 횡단보도와 감전교를 잇달아 건너면 송도요양병원에 닿고, 직진한 길의 오른쪽에서 감천배수지 철망에 붙으면 산길에 곧바로
오를 수 있다. 장군산 정상까지는 20여 분이면 충분하다.
사방이 확 트이는 정상에 헬기장이 있는데, 그 아래로 송도해수욕장과 묘박지가 한눈에 조망된다. 북쪽으로는 천마산과 승학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진정산 정상은 군부대가 자리 잡고 있어 오를 수 없다. 그 대신 기슭에 조성된 숲길을 따라 걷는 맛이 특별하다. 도중에 '워 게임장'을 지나는데, 예비군 훈련장으로 사용되는 공간이다.
군 시설이기는 하지만, 훈련 중이 아니라면 지나는데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는다.
예비군 훈련장 주차장에서는 어느 방향으로 내려서도 상관없다. 암남공원 후문은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것이 낫지만 왼쪽도 나쁘지 않다. 취재팀은 숲길을 더 걷기 위해 일부러
왼쪽으로 내려섰다. 숲길은 진정산을 한 바퀴 돈다. 도중에 진불사 이정표를 확인하고 사찰을 통과하면 골목을 만난다. 골목 끝에 솔밭집과 모텔촌이 있다. 여기서 암남공원로를
따라 부산환경공단 중앙사업소 방향으로 450m가량 걸어가면 수협감천항물류센터 앞에서 암남공원 후문을 찾을 수 있다. 후문에도 암남공원 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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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남공원에서는 서구 트레킹 숲길과 송도해안볼레길, 갈맷길 4-1구간을 모두 체험할 수 있다. 길은 서로 겹치다가 헤어짐을 반복한다. 취재팀은 바다 풍경을 오롯이 조망할 수 있는
갈맷길을 따랐다. 두도전망덱을 반환점으로 동쪽 해안길을 따라 걸으면 국가지질공원으로 조성된 2㎞의 덱길을 지나 날머리인 송도해수욕장에 이른다.
진불사 입구의 계단 위로 조성된 등나무가 볼 만하다. 지금은 초여름이라 꼬투리가 주렁주렁 매달려 더 장관을 이룬다. 암남공원 후문에서 가까운 지점의 빨간 지붕 풍차도 이색
볼거리로 충분하다. 화장실을 이렇게 예쁜 풍차 모양으로 지어놓은 곳이 또 어디에 있을까 싶다.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면 센서로 감지된 음악이 흘러나온다.
도보 구간 곳곳에 설치된 부산비엔날레 미술품도 좋은 구경거리다. 일본 작가인 도다 유스케의 '인간 존재를 위하여 버리는 것이 가능한가?'를 포함해 서너 작품을 야외 갤러리를
걷듯이 구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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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남공원 중간 지점에 마련된 포구나무 쉼터는 암석 덩어리인 암남공원에서 유일한 약수터다. 지금은 급수대로 바꿔 놓았다. 그 옛날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갔던 남편이 돌아오지
않으면 아낙들이 이곳에 와서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했다고 한다. 포구나무는 팽나무의 다른 이름으로, 주로 포구에 심었다는 데서 유래했다.
수많은 배를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는 묘박지, 곳곳에 남은 초소, 그리고 몸이 흔들거릴 정도로 반동이 심한 출렁다리도 흥미롭다. 암남공원 주차장에 이르면 송도해수욕장 입구까지
암반 위로 덱이 이어지는데, 그 암반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돼 있으니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장군산∼암남공원 코스는 어렵지 않다. 이정표도 잘 조성돼 있고, 도중에 헷갈리는 구간도 거의 찾을 수 없다. 다만, 이정표를 보고 이동할 때 암남공원에서는 '두도전망덱'을 좇는
게 좋겠다. 취재팀은 곧 닥칠 무더위를 겨냥해 땀을 충분히 흘린 뒤 마지막에 해수욕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송도해수욕장을 날머리로 잡았다. 도보에 앞서 수영복도 함께 챙기는
센스도 필요하다. 계절이 여름이고, 날머리가 송도해수욕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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