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남포동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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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곳.’
부산 사람들이 국제시장을 소개할 때 하는 말이다. 국제시장을 지나갈 때는 “그냥 구경만 하겠노라 다짐해도 소용없다.”라고 말한다.
어쩔 수 없이 지갑을 열게 되는 곳이라고 한다. 그만큼 부산 사람들과 애환을 같이 하는 시장이라는 뜻도 된다.
남포동 시장 구석구석을 둘러보자

- 국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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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은 본래 일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주택 밀집 지역이었다. 8·15광복을 전후해 대형 화재 사건이 발생해 주변이 잿더미로 변하면서 빈 땅으로 방치됐던 곳이다.
그 땅에 8·15 광복을 맞아 부산항으로 돌아온 귀환동포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노점을 차린 것이 오늘의 국제시장으로 발전했다.
2차 대전에서 패배한 일본 사람들이 서둘러 귀국하면서 두고 떠난 가재도구들이 주요 거래 품목이었다.
이후 6·25 전쟁이 터지면서 전국에서 몰려온 피란민들이 국제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거래되는 상품도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구호물자와 일본에서 들어온 밀수품들을 중심으로
바뀌어 갔다. 외제상품이 넘쳐나는 시장이라는 뜻을 담은 ‘국제시장’이라는 이름도 붙여진 것도 바로 이 무렵이었다.
“일가친척 없는 몸이/ 어디서 무엇을 하나/ 이 내 몸은 국제시장/ 장사치이다.”
전 국토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시절, 국민 가수 현인이 불렀던 ‘굳세어라 금순아’의 노랫말처럼 당시 국제시장은 피란민의 종착점이자 새 삶의 출발점으로 자리를 잡았던
곳이다. 국제시장에 들어서면 갑자기 시간관념이 사라진다. 이 골목 저 골목을 기웃거리며 구경을 하다 보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된다.
도떼기시장으로 불리며 북적이던 옛날 국제시장. 활기찼던 그 모습은 오늘도 여전하다. 1천500여 개 상점이 모여서 취급하는 물품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대형마트를 압도한다.
멋쟁이들의 보물창고인 구제품 골목부터, 비빔당면과 충무김밥이 자랑거리인 아리랑거리, 조명골목, 안경골목, 가방골목, 그릇골목….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골목들이 부산의 속살을
보여 준다. 최근 국제시장을 찾는 사람의 태반이 외국인 관광객으로 바뀌는 추세도 관심거리다. 이름 그대로 인터내셔널 마켓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국제시장의 위상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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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평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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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에서 왼쪽으로 자동차 도로를 건너면 부평시장이다. 1910년 개설한 조선 최초의 공설시장이었던 ‘부산일한시장’을 뿌리로 성장한 시장이다.
부산사람들 사이에선 ‘깡통시장’으로 불리는 곳이다. 6·25전쟁 때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통조림을 많이 거래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부평시장으로 들어서면 갑자기 식욕을 샘솟는다. 먹자골목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부산이 자랑하는 어묵부터 떡볶이에다 즉석 수수떡과 단팥죽….
보기만 해도 손이 가는 먹거리들이 줄줄이 선보인다. 순식간에 불러오는 배가 원망스러울 지경이다.
깡통시장의 하나의 볼거리는 야시장이다. 저녁 7시 30분부터 밤 12시까지 진행되는 먹거리 시장이다. 퇴근 무렵 출출한 배를 달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직장인과 저녁 산책을 겸해 나온 시민을 겨냥한 시장이다. 골목길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청춘 남녀들이 손을 잡고 데이트하는 모습들이 자주 눈에 띈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들을 직접 조리해 판매하는 가게 주방장들의 손길이 바빠진다.
야시장에 들어서면 아기 인형을 업고 마이크를 쥔 피에로 차림의 남성이 북과 앰프를 실린 수레를 끌고 다니며 걸쭉한 재담을 늘어놓는다.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여장을 한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트로트 리듬에 맞추어 부르는 노래 솜씨에 시장 분위기가 단숨에 들뜨기 시작한다.
야시장의 밤이 깊어 갈수록 활기를 더해가는 야시장. 에너지가 넘쳐나는 부산 시민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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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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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시장 남쪽에는 BIFF 거리가 있다. BIFF는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를 줄인 말이다. 매년 가을이면 국제영화제가 전 세계 영화인들이 모여서 축제를 벌이는
거리다. BIFF 거리에는 대영시네마, CGV, 부산극장, 국도극장 등 영화관이 밀집해 있다. 주말이면 영화를 보러 나온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울 정도로 붐비는 곳이다.
19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가 막을 올리기 이전부터 영화의 거리로 불렸던 추억의 거리다. 최근에는 대형 멀티플렉스들이 들어서면서 신세대 감각으로 재단장한 거리다.
BIFF 거리에는 유명 영화인들의 이름과 함께 그의 손도장을 새겨놓은 핸드 프린팅 동판들이 있다. 김기덕, 빔 벤더스, 기타노 다케시, 제레미 아이언스 등 유명 감독….
한국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라는 별칭에 걸맞게 각종 화제를 뿌렸던 영화배우 김지미 씨와 영화 오발탄에서 메가폰을 잡은 유현목 감독의 이름과 사인 옆에 손도장이 찍힌 동판도
눈에 들어온다. 작가 황석영의 소설 '삼포 가는 길'을 영화로 만든 이만희 감독의 손도장과 사인은 그의 딸인 영화배우 이혜영이 대신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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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가을이면 남포동 거리는 영화의 물결에 휩싸인다. 지금은 부산국제영화제의 행사의 대부분이 해운대로 넘어갔지만, 축제분위기는 여전히 뜨겁다.
올드팬들의 추억을 되살린 흘러간 명화 프로그램은 이곳 BIFF 거리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빛바랜 필름을 다시 본 후 포장마차에 앉아 밤을 세워가며 영화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BIFF 광장 주변에는 하루 종일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 떡볶이, 어묵 등 길거리 음식들이 즐비한 곳이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집이라면
단연 씨앗호떡집들이다. 마가린 국물에 튀겨낸 호떡에 해바라기씨와 호박씨 등을 넣어 만든 상품이다. TV 프로그램 ‘1박 2일’에 출연한 가수 이승기가 먹었다고 하여 ‘승기호떡’이라는
불리는 호떡이다. BIFF 광장에서 유난히 줄을 선 사람이 많은 씨앗호떡집이 있다면 승기가 다녀간 집이라 생각하면 된다.
길거리 음식촌 옆으로는 텐트를 치고 사주와 팔자를 봐 주는 타로 점집들이 줄지어 있다. 단 돈 1만 원에 심심풀이로 운세를 보는 공간이지만 그 분위기는 사뭇 진지하다.
축복받는 삶을 살고 싶은 마음에 땀 흘려 일하다 여가를 즐기려 나온 사람들이 들러보는 타로 점집들. 밝고 희망찬 덕담이 주로 오갔으면 좋을 것 같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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